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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팀 심층 분석

2026 KBO, 유독 부상자가 많은 이유 세 가지

by esjaay 2026. 5. 22.

야구 팬이라면 올 시즌 유독 부상 뉴스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경기 결과보다 "누가 또 빠졌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오는 날이 많았다. 실제로 각 구단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순위표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한 운이 나쁜 시즌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이유가 있을까?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260508 두산베어스 경기전 팀 미팅
260508 두산베어스 경기전 팀 미팅


1. 준비 기간 부족 — WBC든 아니든, 몸이 준비되지 않았다

올 시즌의 부상 행진은 사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고된 측면이 있다.

롯데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주축 선수들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차출했고, 국제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몸을 충분히 회복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KBO 시즌을 맞이했다. 스프링캠프, WBC, 정규시즌이 사실상 연달아 붙어버린 구조다. LG의 경우 WBC에 차출됐던 손주영이 개막 로테이션에서 제외됐고, 시즌 초반 팀 마무리로 맹활약하던 유영찬마저 19경기 만에 시즌 아웃되는 악재를 당했다.

WBC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부상도 있었다. 원태인(삼성)은 WBC 최종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대회 직전 낙마했다. WBC를 위한 준비 과정 자체가 부상의 원인이 된 셈이다.

WBC와 무관한 선수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동희(롯데), 한유섬(SSG), 라일리 톰슨(NC) 등이 개막 전부터 부상으로 출전이 불발됐고,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도 문동주(한화)가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는 등 부상 행진은 계속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국 하나다. 시즌을 온전히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원인은 달라도 결과는 같다.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채 개막을 맞이한 선수들이 올 시즌 유독 많았고, 그 청구서가 지금 부상 행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2. 피치클락 단축 — 투수 몸이 준비되기 전에 던져야 한다

2026 시즌부터 피치클락 시간이 더 단축됐다. 주자 없을 때 18초, 주자 있을 때 23초. 지난 시즌보다 각각 2초씩 줄어든 수치다.

2초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다르다. 피치클락은 투수가 자신의 페이스와 리듬으로 던지는 것을 제한한다. 몸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계가 돌아가면 공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특히 이닝 초반, 투구 수가 쌓인 후반, 기온이 낮은 날씨에서 이 리스크는 더 커진다.

피치클락과 부상의 관계는 MLB에서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피치클락 도입 이후 전체 부상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굴곡건과 전완부 부상은 피치클락 도입 이전인 2021년 37건, 2022년 33건에서 2024년 62건으로 크게 늘었고,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증가다. MLB 선수노조 역시 피치클락이 투수 부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전체 부상은 줄었지만 팔 부위 부상은 늘었다"는 이 역설적인 데이터는, 피치클락이 특정 부위에 집중적인 부담을 주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KBO가 올 시즌 피치클락을 더 단축한 상황에서, 투수들의 팔 부상이 유독 눈에 띄는 건 우연이 아닐 수 있다.


3. 타자의 컨디션 난조 — 일정 밀집 + ABS 존 적응이라는 이중고

투수 부상 얘기를 주로 했지만, 타자들도 만만치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컨디션 난조를 겪는 선수들이 눈에 띄게 많다.

원인 중 하나는 투수와 같다. WBC와 스프링캠프가 겹치면서 타격 감각을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타격은 반복 훈련량이 쌓여야 감각이 나오는데, 올 시즌은 그 준비 과정이 전반적으로 짧았다.

하지만 타자에게는 투수와는 다른 추가 원인이 있다. 바로 ABS 스트라이크존 적응 문제다.

ABS 도입 이후 스트라이크존 상단 판정 비율이 크게 늘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좌측 상단 스트라이크 비율이 ABS 도입 전 1.11%에서 3.28%로, 우측 상단은 1.27%에서 4.12%로 급등했다. 과거 심판이었다면 볼로 빼주던 코너 공이 기계 판정에서는 스트라이크로 잡히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리그 전체 삼진 수가 ABS 도입 전 5년 평균 1만17개에서 최근 2시즌 평균 1만925개로 증가했고, 볼넷은 반대로 8.4% 줄었다.

경기장에서 직접 보면 이게 더 체감된다. 소혓바닥으로 훑듯 스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순간, 타자의 표정이 굳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한 타석의 멘탈 흔들림이 이후 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 경기를 직접 보는 팬이라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준비 기간 부족으로 감각이 덜 올라온 상태에서, 기계 존까지 새로 적응해야 하는 이중고. 올 시즌 타자들의 컨디션 난조는 단순한 슬럼프가 아닐 수 있다.


마무리 — 변화가 너무 많았던 시즌

국제대회 후유증, 빨라진 피치클락, 바뀐 스트라이크존. 올 시즌 선수들은 너무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감당해야 했다. 투수는 몸이 준비되기 전에 던져야 했고, 타자는 달라진 존에 적응하면서 감각을 끌어올려야 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유독 많은 건 운이 나쁜 시즌이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고된 결과에 가깝다.

남은 시즌은 부상 소식보다 호투와 안타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길 바란다.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 글은 2026년 5월 기준 시즌 흐름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